『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서평

우리는 흔히 도덕적 가치가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키스 스탠노비치의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는 이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도덕적 직관과 집단 본능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역설적인 현상을 파헤친다. 책을 읽으며 ‘도덕’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선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사회를 더 나쁜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도덕은 어떻게 사회를 분열시키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도덕성이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유익할 수 있지만, 집단 수준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도덕적 신념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편향된 사고를 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더욱 거부하고, 심지어 상대방을 비도덕적인 존재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사회는 더 양극화되고 갈등이 증폭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SNS를 보면 각자의 정치적, 도덕적 입장에서 상대를 비난하고, 대화보다는 싸움이 더욱 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인지적 사고’와 ‘이성적 사고’를 강조한다.


이성적 사고의 중요성

스탠노비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직관적 사고(System 1)로, 빠르고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사고 방식이다. 반면, 두 번째는 이성적 사고(System 2)로, 논리적이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리가 보통 첫 번째 방식, 즉 직관적인 사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도덕적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뉴스를 보면서 특정 사건에 대해 분노하거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쉽게 적으로 규정하는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러한 직관적 사고는 종종 왜곡되거나 편향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리가 좀 더 ‘이성적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도덕적 문제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사고방식이 편향되어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반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덕성이 단순한 ‘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면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덕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더 배타적이 되고, 자신의 신념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순간 사회적 갈등은 심화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더 강한 신념을 형성하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가짜 뉴스나 음모론이 쉽게 퍼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덮고 난 후,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어떤 이슈에 대해 ‘당연히 옳다’고 믿고 행동한 적이 많았지만, 혹시 그 신념이 다른 사람을 배제하거나 편협한 시각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저자가 강조한 ‘이성적 사고’는 단순히 지적인 활동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맺음말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도덕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인간이 도덕적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향되고, 집단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 신념이 강할수록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그 신념이 사회를 더 극단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옳음’이 아니라, ‘이성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열린 사고를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며,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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